2020년 4월 23일 초하루 법회
증험을 통한 가르침3
한 불자가 찾아와 스님께 간청하기를 “십 년째 기관지 천식과 축농증으로 고생하고 있으나 차도가 없기에 스님의 법력에 의지코자 합니다.” 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십 년이 되었다니 큰 숙제로구나. 주인공에 간절히 일임하면 나을 수 있다.”
그러자 이 불자가 말하기를 “스님께서는 그렇게 간단히 말씀하시지만 이게 제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하며 더 자세한 말씀이 있기를 고대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죽는 것도 주인공의 일이고 사는 것도 주인공의 일이니, 그 점을 의심치 않으면 된다.”
☞信爲道元功德母(신위도원공덕모)
長養一切諸善法(장양일체제선법)
斷除疑網出愛流(단제의망출애류)
開示涅槃無上道(개시열반무상도)
信無垢濁心淸淨(신무구탁심청정)
滅除憍慢恭敬本(멸제교만공경본)
亦爲法藏第一財(역위법장제일재)
爲淸淨手受衆行(위청정수수중행)
믿음은 道의 으뜸이며 공덕의 어머니
모든 선한 법을 길러내며
의심의 그물을 끊고 애욕의 흐름에서 벗어나
열반의 위없는 道를 열어 보이네.
믿음은 때 묻은 탁한 마음이 아니라 청정함
교만을 멸제하는 공경의 바탕이자
또한 진리의 곳간에서 첫째의 재물이고
청정한 손이 되어 모든 행을 받네
- 화엄경의 현수품 -
鏡峰(경봉)스님 法語集(법어집)에서
信爲道源功德母(신위도원공덕모)라 함은 信은 道의 근원이 되고 공덕의 어머니이다. 부자지간 부부지간에 친구 간에도 信을 믿지 않으면 안된다. 이 모든 것이 長養一切諸善法(장양일체제선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無言無說(무언무설)이라 자기에게도 남에게도 쓸데 없는 말을 하여 남이 듣기 싫고 그로 말썽이 생기나니 조심하라
또한 萬事無執着(만사무집착)하라 돈을 버는 것도 애착이 꽉 차면 죽은 영혼이 되느니 마음을 항상 한가롭게 하라. 이에 따르면 湛然不動(담연부동)이라 어떠한 경우라도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정신이 죽지 않으니라. 정신을 차리고 있더라도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 욕됨을 참지 못하고 능히 큰 일을 할 수 없고 큰 사람이 될 수도 없느니라. 사람은 죽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면 그 마음은 겁데기에 불과하여 옳고 그름의 사리 판단이 없어지니 실패만 이어지고 결국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망가져 多劫多生(다겁다생)으로 많는 죄악만이 짓게 되고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르게 된다.
우주만물 중에 가장 귀하고 중한게 사람의 마음이요, 정신이니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돌보며 가족과 이웃에 참되게 대하는 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고 모든 업장을 벗고 자유스런 삶을 얻게 된다.
이 법문은 구름과 바람이 다 아는 것이니 가볍게 여기지 말라.
【본문】한 비구 스님이 스님을 뵙더니 불문곡직하고 따지기를 “병을 잘 고치신다 하는데 그건 술이요 이단이 아닙니까?” 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아파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 하나 편케 해 줄 수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가? 닥치는 대로 마다하지 않고, 가는 인연 잡지도 않는 게 불법이 아니던가? 나는 누가 해라 말라 해서도 아니고, 꼭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니다라는 생각도 없이 내 앞에 닥친 일에 같이 울고 같이 슬퍼져서 언제나 그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슬픈 영화를 보면 그냥 눈물이 나던데 당신은 눈물이 없던가.”
☞[ 大慈大悲 ]
부처님이 중생을 사랑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입니다. 끝없이 사랑하고 끝없이 슬퍼한다는 뜻인데, 왜 슬퍼할까요? 중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겨 슬퍼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는 줄여서 자비(慈悲)라고 씁니다. ‘자비롭다’처럼 말이죠. 한없이 크고 넓은 부처님의 자비. 한없이 크고 끝없이 넓어서 끝이 없는 불보살의 자비. 대원정각을 한 불보살이 중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특히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을 자(慈)라 하고, 소극적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을 비(悲)라고 한다. 대자대비는 모든 불교인이 갖기를 염원하는 공통적인 이상(理想)이다. 또한,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마음이다.
그러므로 이 자비가 미치는 곳에는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이 녹아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잔인한 마음이 녹아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인색하고 탐내는 마음이 녹아서 혜시하는 마음으로 변하며, 사상(四相)의 차별심이 녹아서 원만한 마음으로 변하여, 그 위력과 광명이 무엇으로 가히 비유할 수 없다
【본문】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 법이란 봤으면 본 대로 그대로 투입하게 되어 있지 의학적인 방편이나 무슨 다른 것을 이용해서 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나를 찾아와서 ‘태아가 거꾸로 서 있는데 수술할 돈이 없으니 어떻게 합니까?’ 했을 때 말로는 ‘오진일 것이니 삼 일 후에 다시 진찰해 보라.’ 하지만 오진이니 삼 일이니 하는 것은 그냥 말일 뿐이다. 실은 본 즉시 정상으로 돌리기 마련이나 의사는 ‘오진한 모양이다.’ 할 것이고 당사자는 ‘오진이라던 스님 말씀이 맞더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법의 도리를 알고 믿으면 그보다 더한 것도 되는 수가 있다. 마음법은 만법의 근본이라 의학, 과학 등 물질적인 것이나 아닌 것이나 다 환경에 따라 자재로이 쓸 수 있는 것이다.”
☞※ 업장(業障; karma) 다루기
업장은 다생(多生)으로 염습(染習)된 때가 업으로 함장(含藏)되어, 인(因)이 되었다가 연(緣)이 되어 훈습(薰習)되어 생멸윤회(生滅輪廻)하는 것이 佛家의 ‘업의 윤회’다. 우주만상(宇宙萬相)이 연기(緣起)로 생멸(生滅)하고 있다.
원인(原因)에 대한 연기(緣起)는 선악연(善惡緣)으로 선악연(善惡緣)의 결과(結果)가 나타난다.
종연생 從緣生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하며
종연멸 從緣滅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아유피유 我有彼有 내가 존재해야 저것이 존재하고
아멸피멸 我滅彼滅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생즉법생 법생즉상생 상생즉고생(心生卽法生 法生卽相生 相生卽苦生)
마음이 생기면 법이 생기고, 법이 생기면 모양이 생기고, 모양이 생기면 고통이 생긴다
심멸즉법멸 법멸즉상멸 상멸즉고멸(心滅卽法滅 法滅卽相滅 相滅卽苦滅)
마음이 사라지면 법이 사라지고, 법이 사라지면 모양이 사라지고, 모양이 사라지면 고통이 사라진다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 :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뿐이다.
이 마음의 때를 지우는 것이 업장 다루기로 나의 삶을 다루는 것이다. 퇴폐 타락 원망 증오로, 빛을 외면한 어둠에서 벗어나 나의 의지대로 깨끗이 닦고 지워서, 어디에도 걸림 없는 청정(淸淨)한 자유(自由)를 얻는 것이다.
【본문】신도들이 찾아와서 고통을 면케 해달라고 호소할 때, 스님께서는 가끔 “면하고 못 면하고는 네게 달린 것이지 왜 나에게 묻느냐?” 하실 때가 있었다. 이에 몇몇은 불평하기를, “그 스님이 알긴 뭘 알어,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데…….” 하면서 발길을 돌리는 예도 있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은 아주 의미가 깊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을 버리는 줄로 안다. 내가 아는 소리나 하고 병이나 고쳐 주고 안 되는 일 잘되게 하고 그럴 요량이라면 차라리 혀를 물고 죽을 일이다. 평소에 제가 추우면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고 더우면 마당으로 나가 앉으면서 날 보고 ‘방으로 들어갈까요?’ ‘들어가게 해 주세요.’ 하니 그렇게밖에 더 일러주겠는가.”
☞춘래자초생(春來自草生) 봄이 오면 스스로 풀은 자라고
청산자부동(靑山自不動) 청산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며
백운자거래(白雲自去來) 흰 구름은 스스로 오락가락 하누나
해 가듯이 달 가듯이 얽매임 없고
꽃 피듯이 잎 지듯이 꾸밈이 없고
바람 불듯 물 흐르듯 막힘이 없고
티끌 속에 있으면서 티끌 벗어나
천지사이 가득한 기운을 안고
참되고 아름다운 본성(本性)에 살자
일심(一心)이 청정(淸淨)하면 처처(處處)가 연화(蓮花)라
【본문】신도들 중에 간혹 이렇게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다. “스님께서 예전처럼 말 한마디에 척척 해결해 주시지 않는 걸 보니 신통력이 없어진 모양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정신에 이상이 있는 분도 있고 백혈병, 골수암 등 현대 의학으로도 완치가 잘 안 되는 지병이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런 일이 모두 다 공부하는 재료인 것이니 그것을 재료 삼아 주인공에 일임하여 자기가 자기를 고쳐야 하지 의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몸 속에도 수많은 중생들이 다 제 소임을 맡아 하는데 그것이 여러분과 둘이 아닌 것이다. 거기서 파업이 일어나면 누가 그것을 가라앉혀야 하는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니 그런 때에 허망하다, 괴롭다, 살 맛이 없다 하지 말고 그런 일을 재료 삼아 결단코 이 도리를 알아야 하겠다는 각오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여덟 가지의 큰 고통이 있는데 “인생(人生) 팔고(八苦)”라 합니다.
첫째는 생고(生苦)이니, 태어남이 고통
둘째는 노고(老苦)이니, 늙어감이 고통
셋째는 병고(病苦)이니, 병들어 아픈 고통
넷째는 사고(死苦)이니, 죽어감이 고통
다섯째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이니,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고통
여섯째는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니, 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것들과 만나지는 고통
일곱째는 구부득고(求不得苦)이니, 구하고자 함이나 적게 얻거나 얻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
여덟째는 오온성고(五蘊盛苦)이니, 쾌락만을 쫓는 고통
이 8가지 고통을 팔고라고 합니다. 누구라도 이 8고를 벗어나지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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