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법좌에 올라 어떤 학인이 조주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가 ‘없다[無]’라고 한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이 무(無)라는 글자는 한 알의 환단(還丹)과 같아서 그것으로 쇠에 점을 찍으면 금이 된다.156) 이 무자(無字)를 들고 궁구하는 순간 삼세 모든 부처님의 진면목이 쏟아지듯이157) 나타날 것이다. 그대들은 내 말을 수긍하는가? 만일 믿지 못하겠다면 이 무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158)을 품고 마치 만 길의 벼랑 아래로 떨어질 때와 같이 몸과 마음을 모두 이 의심에 던지고, 마치 완전히 죽은 사람과 같이 화두에 대한 분별이나 헤아림이 전혀 없어야 한다.
陞座, 擧, 僧問趙州,‘ 狗子還有佛性也無?’ 州云,‘ 無.’“ 這箇無字, 如一粒還丹相似, 點鐵卽成金. 才擧箇無字, 三世諸佛面目, 掀翻出來. 儞等諸人, 還肯也無? 若未肯信, 於此大疑之下, 放下身心, 如墮萬仞崖下時相似, 無計較沒商量, 如大死人相似.
☞조주스님의 ‘개에 불성이 없다’고 하신 법문은 유무의 있고 없음을 말함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스님의 의중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 의중을 모른다면 불법에 대한 신심을 내어 알고자 하는 간곡한 마음을 내야 하는 것이니, 이런 마음이 간절하지 못하다면 이는 자신의 발심으로 공부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살펴야 할 것이며,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이는 자신의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현재
자신의 발에 불똥이 떨어져 있는 것과 같아서 뜨거운 것을 해결하는 것은 뒤로 미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있다면 달리 장소와 의식은 필요치 않게 되어 ‘알 수 없는 그 뜻이 무엇인가’가 저절로 되어 앞과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고, 다만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간절함만 남게 되는 것이다. 본문 가운데 '마치 만 길의 벼랑 아래로 떨어질 때와 같이 몸과 마음을 모두 이 의심에 던지고, 마치 완전히 죽은 사람과 같이 화두에 대한 분별이나 헤아림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 간절함이 품어서 벼랑에서 떨어질지라도 흩어지지 않고, 생각이 집중되어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없게 되었을 때가 바로 죽은 사람과 같음을 비유한 것이다.
【본문】이러니저러니 하는 모든 생각들을 던져버리고 오로지 무자만 들고서 하루 모든 시각중의 어떤 행위 반경에서도 다만 화두를 생명의 뿌리159)로 삼아 항상 뚜렷하게 의식하며 어느 순간에나 살피면서 화두를 꼭 붙들고 놓치지 않는 상태160)로 눈앞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 마치 닭이 알을 품을 때 따뜻한 기운이 이어지게 하는 듯이 하고,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눈은 잠시도 쥐를 떠나지 않는 것처럼 하여야 한다.161) 몸과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를 느끼지도 못한 채 마음의 눈으로 화두를 한곳에 거두어들이고 다만 이와 같이 뚜렷하면서도 분명하고 분명하면서도 뚜렷하게 조금의 빈틈도 없이 참구하라.
放捨如何若何之念, 單單提箇無字, 於十二時中四威儀內, 只與話頭爲命根, 常常不昧, 時時檢察, 提撕話頭, 帖在眼前. 如鷄抱卵, 使暖氣相續；如猫捕鼠, 身心不動, 目不暫捨. 不覺身心有之與無, 心眼話頭攝在一處, 但伊麽惺惺歷歷, 歷歷惺惺, 密密參詳.
☞모든 생각을 쉰다고 하지만 쉬려 하면 그 마음이 집착이 되어서, 다시 번뇌가 되므로 일어난 생각에 머물지 않고, 여기에 화두만을 일심으로 참구하여 놓치지 않고 밀고 나가면 망상이 쉬어져 점점 화두가 뚜렷하여 성성하게 되고, 이때 더 밀고 나가면 동정이 일여가 되어, 마음과 몸은 경안하고 마음에서 어떠한 것을 두지 않게 되면 이를 惺惺歷歷, 歷歷惺惺, 密密參詳.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나가면 몽중 가운데 일여하고, 더욱 용맹심을 발하면 수면을 잊고 폐침망식함에 시절인연따라 도를 통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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