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21 초하루법회
진리가 그러하니라
깨끗한 마음에 지혜 있으면
법구경
不女堯亦不惱 불여요역불뇌
如戒一切持 여계일체지
少食捨身貪 소식사신탐
有行幽隱處 유행유은처
意諦以有欯 의체이유힐
是能奉佛敎 시능봉불교
남을 비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계율을 지켜 모든 것을 보호하며
음식을 적게 먹어 탐욕 버리고
그윽한 곳에서 선한 행을 닦으며
깨끗한 마음에 지혜 있으면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본문】선원의 신도가 날로 늘어가고 각처에 지원이 생겨나자 스님의 가르침을 비방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한평생 나를 위해 살아 본 일이 없으니 세평에는 관심이 없노라. 내가 가르치는 바는 체험을 통해서 옳고 진실한 줄을 알게 된 법인 것이다. 빗장을 쥐어 보지 못한 이들의 시샘이나 훼방은 아직 종 문서를 떼어 버리지 못한 처사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개인적인 불만에서 스님을 비방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일을 전해 들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나를 욕하고 모함했다 해도 그건 어제의 일이다. 나는 오늘을 묵묵하게 살아갈 뿐이다. 코끼리처럼 투벅투벅 걸어갈 뿐 내가 어떤 경지에 올랐든 개의치 않고,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하든 관계치 않는다. 나는 진실을 믿을 뿐이다. 진실이란 누가 뭐란다고 해서 더 높아지지도 않고 낮아지지도 않는다.”
☞불평이 많은 빅쿠 이야기
어느 때 제따와나 수도원에 있는 젊은 빅쿠를 그의 스승이 수행을 위해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래서 젊은 빅쿠는 고향을 멀리 떠나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빅쿠의 아버지가 병이 들어 얼마간 고생하다가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빅쿠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출가한 빅쿠 아들 몫으로 현금 일백 냥을 남겨 자기 동생이자 아들의 숙부에게 맡겨 놓았다.
젊은 빅쿠가 다른 지방에서 얼마를 보낸 다음 다시 사왓티로 돌아왔을 때, 그의 숙부는 그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얼마간 돈을 남겨 주셨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젊은 빅쿠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큰 슬픔에 빠졌고, 숙부에게 자기는 출가한 사람이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얼마 후에 그는 숙부에게 그 돈을 받아 사회에 나가 생활하면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는 문득 빅쿠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가 그런 고민에 빠지자 실제로도 빅쿠 생활이 차츰 불만스러워지는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체중이 줄면서 몸이 약해져 갔다. 이에 다른 빅쿠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를 데리고 부처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젊은 빅쿠에게 정말로 빅쿠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다시 사회에 나가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이 있는지를 물으시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빅쿠 생활에 싫증을 느낀 것은 사실이며, 아버지께서 유산으로 일백 냥의 현금을 남겨 주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그 돈이면 사회에 나가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젊은이에게 다시 물으시기를, 사회에 나가면 집, 식량, 의복, 가구가 있어야 하고, 두 마리 정도의 소와, 농사지을 땅과 농기구가 있어야 하며, 또 결혼도 해야 할 터인데, 현금 일백 냥으로는 소 한 마리 값도 되지 않으니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반문하시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빅쿠에게 이렇게 충고하시었다.
“빅쿠여,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만족이란 없느니라. 비록 이 우주를 다스리는 천왕이 되어 말 한 마디에 황금이 산더미 같이 쏟아진다 하더라도 만족을 모르고 또다시 무언가를 더 바라는 것이 중생의 욕망이니라.”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만다뚜 전륜성왕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었다.
만다뚜는 마하라지까(방위를 다스리는 천왕)와 따와띵사 천상에서 오랫동안 천왕으로서의 영광과 부귀를 누렸다. 그러나 만다뚜는 천왕의 권력을 삭까 천왕과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불만스러워서 삭까 천왕을 제거하고 그 권한을 자기 혼자서 다 차지하려고 탐심을 일으켰다가 순식간에 수명이 다하여 인간계로 떨어졌다. 그런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아 모든 영광과 부귀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설사 황금이 소낙비처럼 쏟아진다고 해도
감각적 욕망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것은 다만 고통을 줄뿐이라는 것을
지혜로운 사람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설사 천왕의 쾌락이라 할지라도
지혜로운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다.
다만 감각적인 쾌락을 파괴했을 때
붇다의 제자들은 그것을 기뻐할 뿐.
부처님의 이 설법을 듣고 젊은 빅쿠는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본문】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이 내게 따라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세상에 따라 주기는 한다.”
한 수행자가 찾아와서 스님을 뵙고 말씀 여쭙더니 마구니라고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스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참 잘 보았다. 마구니를 보면 부처를 본다.” 그러자 기세 등등하던 그 수행자는 풀이 꺾여 스님 말씀을 다소곳이 듣더니 훗날 제자가 되었다.
☞일진재기예마기(一塵纔起翳磨起): 한번 티끌이 문득 일어나자 온 세상티끌이 따라 일어나서
쇄말삼천수막궁(碎抹三千數莫窮): 수많은 삼천대천세계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야로불능수습득(野老不能收拾得): 들 늙은이가 어떻게 그것을 능히 수습할 길이 없어서
임교수우우수풍(任敎隨雨又隨風):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데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一合理相分 / 원문 翳磨空 ※纔는 ‘자’로 읊으심
위선생천(爲善生天) 착한 일을 하면 하늘에 태어나고
위악입연(爲惡入淵) 악한 일을 하면 지옥의 수렁에 빠져 들어간다.
*<付法藏因緣傳>
【본문】한 신도가 스님께 사뢰기를 “어느 스님께 주인공을 믿고 맡기는 도리에 대해 여쭈었더니 ‘외도일 것’이라 하옵는데 어떠합니까?” 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그분의 생각일 뿐이니 나는 관여치 않는다. 다만 자기를 자기로부터 찾아서 부처의 은혜를 갚으라고 하는데 그것이 외도라 한다면 자기한테 부처가 있다는 것은 아는지 궁금할 뿐이다. 나는 아직껏 누구를 외도라 생각해 본 일도 없고, 공부가 높다 하여 특별히 받들고자 함도 없었으니 오로지 평등한 마음이라, 무시와 존경은 다 자기를 항복시키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다. 자기 부처에 귀의하라는 것을 외도니 사도니 한다면 그렇게 가르친 벌로 나는 구더기가 되어도 상관없다.”
한 제자가 여쭙기를 “율장에는 팔십 먹은 비구니라 할지라도 엊그제 갓 출가한 나이 어린 사미에게 예를 갖추게 되어 있는데 그것은 어떤 이치입니까?” 하였다. 스님께서 이에 대해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참뜻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린 사미’라고 하신 것은 깨달은 사람을 뜻한 것이지 남·여를 둘로 나누어 이른 것이 아니다. 또한 누구나 그대로 남·여를 함께 지니고 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금강경 말씀에 ‘선남자 선여인’이라 하였거늘, 일체 만물만생이 다 포함되는데 어찌 여자만 떼어 놓겠는가. 남·여가 따로 없다고 말하는 것조차 어설프거늘 비구니가 수행함에 있어 남자 몸 받기를 발원한다는 것은 좁은 소견이다. 벌레가 되면 어떻고 구더기가 되면 어떠한가. 아랑곳없이 들어가는 판에 무슨 기약할 바가 붙겠는가. 전생으로부터 살아온 나날들을 주욱 훑어본다면 속인도 중이 됐었고 중도 속인이 됐었고, 그야말로 기가 막힐 일이라, 그 틈에 비구 비구니 찾을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것에 걸린다면 절대로 부처님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함이라, 세상을 머리에 이고 휘두르며 나아가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현재의 겉모습 정도를 세우다니…….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세울 게 있는지 보라. 내세울 게 도무지 없는 법이다.”
☞막장사기매서동(莫將些氣賣西東)
자기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동서남북에 팔지 말고
귀거래혜구산중(歸去來兮舊山中)
진리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로 발걸음을 옮길지어다
불여세인쟁시비(不與世人爭是非)
세상 사람들과 시비를 나투지 말고
장년무사청송풍(長年無事聽松風)
길이길이 일없이 솔바람 소리를 들을지어다.
*태고보우 ‘自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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