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천의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 그 복이 갓이 없으나 어찌 항상 옛 가르침을 가져서 보는 것만 같으리오.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 쓴 것을 청컨대 그대들은 눈을 떠서 눈앞에를 볼지니라.
【본문】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핵무기가 제아무리 거대하여 온 인류를 앉은 자리에서 몽땅 죽일 수 있다 해도 사람이 해 놓은 것이다. 고로 거기 생명이 있어 내 마음과 근본이 다르지 않으니 그것 또한 마음의 문제라, 이 광대무변하고 신묘한 도리를 알아 중생을 제도할 능력을 기른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자연이나 이치는 말이 없이 순환하고 있으며, 그 속에 수억의 신들이 관여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흐름은 사람의 행업에 따라서 변화하여, 악업은 악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가 다 같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업이 좋은 결과를 초래한 것도 자연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도 또한 그러한 것이다. 사람이 마음이 없으면 자연의 흐름을 따라서 흐를 뿐이어서 자연과 정령 및 신은 사람에 관여하여 해를 끼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 생각 일으키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물의 파동이 생기는 것과 같아서 마음의 한 생각에 이치는 들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본문】한 신도가 여쭈었다. “스님께서 상원사에 계실 때에는 정성을 들이기만 하면 전후좌우 사정을 불문코 다 성사되었다 하는데 그때와 지금은 어떠합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는 내가 공부를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실험을 해 볼 때였느니, 상대방을 보기 이전에 우선 배고픈 걸 면해 주려는 생각이면 그뿐이었다. 아픈 사람이 오면, 예를 들어 고통이 열흘 갈 일이라면 한순간으로 축소해서 나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영원토록 자기가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빌어먹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단축해서 뺄 것을 빼 버릴 수 있으되 스스로 털어 버리지 못하면 또 배고플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임금 밥상이 차려져 있다고 하나 보면서 맛있겠다고 하여도 그 맛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직접 먹어 그 맛을 직접 느껴야 하는 것이다. 법도 또한 그러한 것으로 불법이 아무리 수승하고 최고라 하여도 부처님이 위대하다고 믿는다고 하여도 자신이 직접 법에 대한 체득하여 맛을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불보살의 가피도 그와 같아서 몸을 통해서 마음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며 그 마음은 자기 자신만이 체득하여 알 수가 있는 것으로 모든 불법은 결국 방편인 것이다.
꿈속에서 한 톨의 쌀을 탐착하다가 부처님 세계의 만겁의 양식을 놓쳐버리는구나 무상한 찰나는 실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어찌 맹렬히 반성해서 그 마음을 돌이키지 않느냐.
【본문】어느 때 스님의 법랍을 캐묻는 이가 있었다. 스님께서 언급하셨다. “나는 오늘 이 시점에서 머리를 깎은 것이지 엊그저께 깎은 게 아니다. 승랍이 십 년, 오십 년이라 한다 할지라도 오 년으로 줄일 수도 있고 오천 년으로 늘릴 수도 있고 또 오 년을 닷새로 축소할 수도 있는 것이 마음자리이다. 그것을 확실히 안다면 눈 한 번 깜빡할 때에 은하계를 떼어다 놓고 보는 도리를 아느냐 하는 게 문제이다. 승랍이나 따지는 것은 사람들이 사량으로 하는 일이다.” 스님께서 어느 때 담선 중에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면서 다른 혹성에도 존재한다면 믿겠는가?” 하셨다. 아무도 대꾸하는 이가 없었는데 그 후 한 신도가 법회 중에 그에 대해 여쭈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상으로서의 몸은 하나일지언정 마음은 찰나에 오고 가며, 넣고 빼어도 두드러지거나 줄지 않는다. 비유하건대 뉴욕의 연극 공연을 서울에서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하신 도리를 알려 거든 부지런히 공부해서 대학원 과정까지 올라가 보라.”
☞어린이에게 대학수학을 이야기 한들 알 수가 없는 것처럼 부처님의 불법과 방편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위치에 이르지 않고서는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화엄경의 모든 경계를 범부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그 마음법이 이법으로는 텅 빈 공도리를 보였다고 하지만 다시 사법으로 보았을 때 모든 세계는 불법이 아닌 것이 없고, 또한 무한한 세계와 마음법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것은 누가 알 수 있으며, 자신이 보고 듣지 못하는 한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법에 믿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무수억 겁을 부처님과 불법에 대한 수행인연인 것이며, 그리하여 대승과 최상승의 근기가 되는 것이다.
【본문】스님께서 어느 때 말씀하셨다. “때로는 내가 나를 뉘어놓고 장승처럼 우뚝 서서 내려다보니 삶이 그냥 지속된 꿈이라, 눈보라치는 산길을 걷다 툭툭 털고 들어서면 금세 따뜻한 방안이니 꿈을 꾸면서 전자에 꿈꾸던 일을 생각하는 장승은 웃지도 울지도 않으며 묵묵히 내려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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