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천의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 그 복이 갓이 없으나 어찌 항상 옛 가르침을 가져서 보는 것만 같으리오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 쓴 것을 청컨대 그대들은 눈을 떠서 눈앞에를 볼지니라.
☞부처님과 선지식 및 수행자나 일반사람에게 보시하여 베푸는 것은 무한한 공덕을 짓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나 공덕으로만 머무른다면 그 과보가 다할 적에 계속적인 공덕이 없다면 다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즉 우리가 통장에 저축한 비용이 아무리 많다고 한다해도 그것을 다시 저축으로 돌리지 못하고 쓰기만 한다면 언제가는 통장에 잔고가 없어져서 빈천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공덕이란 무루공덕인 수행공덕을 통해서 자신의 욕심과 번뇌를 벗어나 다시는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이다. 욕망이 없어서 욕계의 윤회를 벗어나고, 정신적인 자유를 얻는 것만 못한 것이다. 이는 무루공덕으로 써도 그 끝이 없어 일체 중생을 위하여 구제하는데, 그 힘을 쓰고 모두가 해탈의 길로 인도한다면 참으로 위대한 행이라 할 것이다.
【본문】선원의 신도가 날로 늘어가고 각처에 지원이 생겨나자 스님의 가르침을 비방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한평생 나를 위해 살아 본 일이 없으니 세평에는 관심이 없노라. 내가 가르치는 바는 체험을 통해서 옳고 진실한 줄을 알게 된 법인 것이다. 빗장을 쥐어 보지 못한 이들의 시샘이나 훼방은 아직 종 문서를 떼어 버리지 못한 처사일 뿐이다.”
☞무아 무심을 수행하는 수행자에게 자신을 위해 산다거나 법을 얻었다고 한다거나 진리로 나감에 의심이 있거나 마음 가운데서 그러한 상이 남아 있다면 진정한 수행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니, 진정한 체득한 수행자라면 그러한 비방이나 칭찬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본문】어떤 사람이 개인적인 불만에서 스님을 비방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일을 전해 들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나를 욕하고 모함했다 해도 그건 어제의 일이다. 나는 오늘을 묵묵하게 살아갈 뿐이다. 코끼리처럼 투벅투벅 걸어갈 뿐 내가 어떤 경지에 올랐든 개의치 않고,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하든 관계치 않는다. 나는 진실을 믿을 뿐이다. 진실이란 누가 뭐란다고 해서 더 높아지지도 않고 낮아지지도 않는다.”
◆법구경
두 친구 이야기
사왓티에 귀족 가문 출신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젊은이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어느 때 수도원에 들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감동을 받게 되어 가정을 떠나 빅쿠가 되었다.
빅쿠가 된 두 사람은 각각 자기들의 스승을 모시고 율장에 정해진 바대로 5년 간 기초적인 과정을 보냈다. 그런 다음 보다 젊은 편이었던 친구는 경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띠삐따가[경율론]를 배워 통달하여 강사가 되었다. 그는 오백 명의 제자 빅쿠를 가르치는 위치에 올랐으며, 다른 한편으로 열여덟 가지나 되는 책임을 맡아 여러 가지 사무를 집행하는 등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한편, 보다 나이가 많았던 친구는 학문적인 연구보다는 수행에 뜻을 두었다. 그는 부처님께 수행법을 자세히 여쭈었고,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네 가지 자세하게 관찰하여야 할 대상과, 그 대상을 관찰하는 방법[위빠싸나]을 가르쳐 주시었다. 그리하여 그 빅쿠는 부처님께 배운 대로 그 수행법을 잘 실천해 나갔다. 그 결과 그리 오래지 않아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 한 무리의 빅쿠들이 그에게로 와서 사념처(四念處) 수행법을 배우고자 했고, 그는 그 빅쿠들에게 수행법을 잘 지도하여 그들도 모두 아라한이 되게끔 해주었다. 이들은 아라한을 성취하고 나서 부처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길을 떠났다. 이때 늙은 스승 빅쿠는 부처님을 뵙거든 자기 이름으로 인사를 전해 달라고 청했다. 아울러 그 늙은 빅쿠는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들을 만나거든 역시 자기 이름으로 인사를 올려 달라고 부탁하였고, 제자들은 그 인사를 잘 전했다.
그 후 헤어졌던 두 친구는 오랜만에 제따와나 수도원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그때 경을 배운 빅쿠는 친구 빅쿠가 아라한이 된 줄은 까마득히 모르고 다만 자기의 학문만을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에게 자기의 학문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는 경율론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던져서 친구 빅쿠를 놀라고 당황하게 해주리라고 마음먹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정황을 천안(天眼)으로 살펴 아시고 젊은 빅쿠가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시었다. 그래서 부처님은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나타내시어 곧 경에 대한 질문을 던지시었는데, 경에 자신이 있었던 빅쿠는 대답을 잘하지 못하고 아라한을 성취한 빅쿠만이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빅쿠는 문자상으로만 경의 의미를 알았을 뿐으로 수행의 체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든 진실을 드러내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아라한이 된 빅쿠를 칭찬해 주시었다. 젊은 강사 빅쿠는 마음속으로 불만이었다. 자기와 같은 우수한 제자에 대해서는 칭찬이 없으시고 노둔한 친구 빅쿠만을 칭찬하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경을 공부하되 수행이 없는 사람은 마치 남의 소를 보살펴 주고 삯을 받는 목동과 같으며, 직접 수행을 하는 사람은 목장의 주인과 같다고 말씀하시었다. 자기가 목장의 주인이 되어야만 소가 생산해 내는 우유와 치즈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경을 가르치는 강사는 자칫 제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그것에 빠져서 진실한 내적 경지를 등한시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비록 문자상의 의미는 잘 모른다 할지라도 실제 수행을 통해서 그것을 깨달은 수행자는 참다운 본질적인 문제인 해탈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 편이 올바른 부처님의 제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수행자라야 올바른 수행의 힘으로써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잘 제거하여 마음의 고요함을 성취한다. 그리하여 그는 평화롭고 자비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윤회의 거센 파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기쁨과 자유로움을 그는 이웃과 더불어 나누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곧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雖誦習多義(수송습다의) 放逸不從正(방일불종정) 如牧數他牛(여목수타우) 難獲沙門果(난획사문과)
많이 알아도 행하여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경전을 아무리 많이 외워 알아도 행하여 지키지 않고 방탕한 사람은 남의 소를 세고 있는 목자와 같아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다.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잡아라 경전을 조금 밖에 모른다 해도 법대로 따라 도를 행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버리고 바로 알고 바로 깨달아 집착을 버리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이것이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수행공부라 하는 것은 결국 모든 집착을 버리는데 그 뜻과 의미가 있는 것이며, 결국 탐진치 삼독심을 버리지 못하면 진리의 눈을 떴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성인의 가름침은 마음으로 지켜서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데 그 뜻이 있기에 법구경 부처님 가르침이 또한 진정한 불자라는 것은 실천하여 완성해 나가는 것이 참된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결국 마지막은 부처의 경계나 부처님의 상과 가르침에도 머물지 않는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세한 인연인 것이다.
【본문】한 수행자가 찾아와서 스님을 뵙고 말씀 여쭙더니 마구니라고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스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참 잘 보았다. 마구니를 보면 부처를 본다.” 그러자 기세 등등하던 그 수행자는 풀이 꺾여 스님 말씀을 다소곳이 듣더니 훗날 제자가 되었다. 스님께서 그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미친 병이 들린 사람 앞에서 때로는 나대로 미친 사람으로 다가설 경우가 있으니 마구니를 보지 못한다면 부처 도리 때에는 또 부처를 보지 못한다. 마구니를 볼 줄 알면 부처를 볼 줄 알 것이고 부처를 볼 수 있는 사람이면 마구니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이 내게 따라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세상에 따라 주기는 한다.”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에 내 뜻을 머무르지 않는데 달팽이뿔 같은 명예를 어찌 구하리요 봄날이 쾌청한데 봄졸음이 족해 누워서 산새의 온갖 노래 소리를 듣더라.
☞깨고 보니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한바탕 꿈과 같고, 인생이 꿈이거니 부귀영화가 또한 어찌 허망하지 않을 것인가? 달팽이 뿔이 얼마나 적고 협소한가 이렇듯 진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은 한 순간의 잘나의 일인 것인데 무슨 명예나 권력이 구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가 될 것인가 안목 있는 선지식은 다만 한바탕 인생의 끔에서, 봄날의 춘몽을 즐기는 것이니,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더블어 즐기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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