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7일 초하루 법회
여법하신 삶
*서산대사 ‘贈泉禪和子’ / 원문 病者求醫志
풍우황엽락(風雨黃葉落)
난지상설한(亂枝霜雪寒)
추천모불각(秋天暮不覺)
청산백운외(靑山白雲外)
바람이 불고 비가 온 뒤에 누런 이파리가 떨어지는데
이리저리 얽혀서 어지러운 가지에는 서리와 눈이 차웁다
가을하늘은 모르는 결에 저물어 가는데
청산은 백운 밖에 있구나.
사중구의원(死中求醫員)
영해억모심(嬰孩憶母心)
주공친절처(做工親切處)
홍일상동령(紅日上東嶺)
병들어 죽게 된 사람이 의원을 구하듯 하고
어린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듯 하라
공부가 의단독로해서 타성일편이 되면
붉은 해가 동쪽 산에 떠오를 것이다.
[송담전강게송집]
【본문】선원을 찾는 신도중에는 타 종교를 믿다 개종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십 년 이십 년을 기복 종교로 돌다가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일수록 선원을 찾기 시작하고부터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상생활에서 이익 됨이 있었노라고 체험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대해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생명의 에너지는 항상 같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나게 내놓는 것이 있다고하기 이전에 알게 모르게 오가며 같이 돌아가는 게 대공의 이치인 것이다. 그러므로 별스런 일이 있다 해도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주인공의 능력인 것이니 중요한 것은 굳건한 믿음이다.”
☞생명에너지가 돌아간다는 것은 자연의 사계절이 주재자가 없이 때가 되면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가을에 이르러 겨울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비어 있는 가운데 꽉찬 묘용인 것이다.
이를 표현하여 생명에너지라 하는 것이며, 사람도 살이 있고 죽음이 있는 것은 생명에너지 흐름을 따라 항상 변하는 것이며, 그러하나 생명에너지 쓰임이 묘용으로 변한다는 것이지 그 자체는 늘거나 줄거나 어떤 형상이 있어 변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를 체는 항상한 상주불면이라 하며, 이를 이치 혹은 섭리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의 성품인 자성이 그러한 것이고 이를 또한 불성이라 하여 우리를 주재하는 주인공이라 한다.
그러므로 주인공의 묘용을 믿고 맏기기만 한다면 누구든지 발현이 되어 무한한 생명에너지로서 일체 중생을 편안케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에너지는 바른 신심과 원력이 세워졌을 때 쓰여질 수 있는 것이며, 삿된 마음으로는 발현될 수 있는 바가 아닌 것이다.
【본문】스님께서는 선원을 찾는 이들을 가리지 않고 두루 상대하셨다. 개중에는 정신이상자들도 섞여 있어서 간혹 소란을 피울 때가 있었다.
제자들이 스님께 사람을 가려서 만나시기를 요청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둑이 들든, 또는 누가 와서 성가시게 하든 염려하지 말라. 내가 있으면 막고 높이고 하겠지만 나는 나오지도 않았고 갈 곳도 없기에 들어오겠으면 오고 말겠으면 말라 하는 것이다. 이 세상 진리가 활짝 열려진 것이거늘 무슨 담장이 있고 문지방이 높겠느냐. 무엇을 알고, 내가 있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가려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마저도 놓아 버려야 하느니, 설사 방편을 세운다 할지라도 자기라는 상이 있는 것이니라. 부처님은 자기 있는 곳에 계시니 문지방이 높다 낮다도 없다.”
◆보화존자
암두래 암두타(暗頭來 暗頭打)
명두래 명두타(明頭來 明頭打)
사방팔면래연가타(四方八面來連架打)
허공래선풍타(虛空來旋風打)
어둔 놈이 오면 어둔 놈을 쳐버리고
밝은 놈이 오면 밝은 놈을 쳐버리고
사방팔면으로 오면 작대기를 연속해서 치고
허공으로 오면 바람을 돌이켜서 쳐라.
*중봉명본 ‘無隱’
안견이문원불격(眼見耳聞元不隔)
주명야암절상량(晝明夜暗絶商量)
본래현성하다사(本來現成何多事)
절기당기자부장(切忌當機自覆藏)
보는 놈과 듣는 놈이 원래 다른 게 아니니
낮이나 밤이나 상량심을 내지 말아라
본래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
어떤 기틀에 당해서 스스로 덮어 감추려 하지 말지니라.
[송담전강게송집]
☞사계가 들고 나옴이 없이 순환하듯이 주인공의 무심한 경지를 체득 요달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오는 것을 막을 것이 없고, 가는 것을 잡을 것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체 방편이 필요 없는 것이며, 그대로 맡겨진 가운제 묘용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사필귀정인 것이며, 진리라는 말도 그 자리에서는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벽이 없는 무연지비인 것이 되는 것이다.
【본문】스님께서는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으셨고, 무한한 자비심을 보이셨고, 중생을 교화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지 않으셨고, 신명을 아끼지 않으셨고, 진실을 설하는 일에 피로를 모르셨고, 모든 중생의 고뇌를 대신하셨고, 공덕을 돌려 베푸셨다.
스님께서는 또 생사윤회에 두려움이 없으셨고, 그를 대함에 정원수를 관상하듯 하셨고, 명예나 욕을 당해도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으셨고, 이득을 뽐내지 않으셨고, 남의 즐거움을 보고 기뻐하셨고, 중생의 마음과 더불어 겸허하셨고, 다른 가르침을 봉행하는 사람과도 다투시는 법이 없으셨고, 이런 일에 항상 변함이 없으셨다.
|
|
로그인
